Sunday, April 19, 2009

4/19 - 돌아오다



역시 멋있는 작별인사란 영화에서만 나오는것인가보다. 상은이랑 민박집에서 와인한병 두고 여행을 정리하며 다음 계획을 장황하게 세워보거나 (달을 보며 말이다) 적어도 이태리 새벽하늘 아래서 let go를 들으면서 인사했으면 멋있었으련만 뭔가 푸미치노 공항 횡단을 반복하다 피곤에 쩔어어이없게 시간까지 없어서 수십명사이에서 정신없는 인사를 해야만했다. 이태리에게도 뭔가 안녕~ 해야한건데 - 너무 힘들어서 이륙전부터 쓸어져 자버려서 순간을 놓져버리고. 

현실은 이렇게 지저분한것. 예쁘게 포장하려고 하면 이렇게 태클 걸어버리는것. 그래서 이번 토스카나 여행은 더욱더 감탄스럽고 기적같다. 정말 완벽했자나? 

상은이랑 피렌체 민박에서 서로의 카메라를 보면서 상은이가 '진짜 행복하다는게 사진에서 느껴져'라고 했다. 진짜 그랬고 진짜 그래보인다. 단지 즐거움, 행복을 넘어선 순수한 bliss의 상태 - 시간이 지나면 그저 가물가물한 추억으로 돌아갈테지만,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도 참 벅찬 행복이다.   

돌아오니 뉴헤이븐도 봄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고나. 자세히 봐야하지만 가지끝마다 안개처럼 낀 옅은 새싹들, 듬성듬성있지만 활짝 핀 꽃나무들, 그리고 파란 하늘. 아쉬운대로, i'll take it. 

고담이는 여전히 예쁘고나.  

4/19 혼자 남다.

역시 여행이 좋기만 할 수 없나보다. 우리는 마지막 액땜을 이보미의 새벽비행기로 했다. 이 블로그의. older post에 나올 night bus정보를 보고, 우선 밝을 때 정류장을 찾아놓기로 했다. 분명 웹사이트 담당자도, information desk 사람도 그 앞에 정류장이 있다고 했는데, 500인 광장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저녁 시간을 오롯이 정류장 찾기에 쏟은 우리는, 그냥 다빈치 익스프레스의 막차인 10시 52분 차를 타고 가서 밤을 함께 새기로 했다. (심지어 이보미는 다른 아저씨가 차표를 기차에서 살 수 없다고 해서 떼르미니역을 미친듯이 질주했으나 차장아저씨가 "응, 나한테 사라" 고 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

공항에 도착해서,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보고,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자다가, 추워서 눈이 떠지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파니니를 먹고, 나란히 앉아 let go를 들었다.

Life doesn't go the way that you plan
Maybe it sees better than you can
you try to control with all your might
But when you let go it'll be all right
Let go

체크인 창구가 열려 줄을 서기 시작하고, 보미와 인사를 했다. 다음 여행은 2012년이야, 그리고 우린 8월에 한국에서 볼 수 있다.

보미를 체크인 줄에 남겨두고, 나는 5시에 설지 아닐지 모르는 유령버스 COTRAL을 타기 위해 내려갔다. 5시 COTRAL Bus 아니면 6시 23분 다빈치 익스프레스 첫 차. 혼자서 1시간 반을 더 기다리는 것은 엄하다. 다행히 버스는 4시 48분 나를 지나칠 뻔 하다가 공짜로! 태워줘서 25분만에 로마 떼르미니에 내려줬다. 블로그의 아저씨가 말했던 바로 건너편이었고, 정류장은 없었다.....!

아침에 11시에 눈이 떠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밤사이 가위를 눌려서, 으으으- 하다가 힘들어하며 간신히 눈을 떴다. 이제 나가서, 마지막 로마를 즐겨야지... 밖에 비가 온다고 하지만. ㅠ

혼자이어서 살짝 슬픈, 휴가의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