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미 편 --
준비하면서 봤던 어느 그림보다 사진보다 책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화장실의 쪼매난 창문으로도 보이는! Cretaiole 로 왔다. 아.아. 카메라로 담아가지 못함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기억할 자신조차 없다. 그냥 순간을 즐겨야지.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즐겼다는 사실만을 꼭 기억해야지.
즐기는게 이렇게 쉽다니. 마음이 편안하니 몸도 급 건강해지는게 느껴진다. 식욕도 왕성해.시골에 오면 꼭! 해야하는 숨쉬기운동도 많이 아주 많이 하고있다. 즐거운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키안티 언덕에서 숨쉬기운동을 한다는거! 키안티 포도밭을 양쪽으로 끼고 달린다는거! 어쨌든 달린다는거! 농가 슁을 타고 숨쉬기운동하며 와인을 마신다는거! 와인을 많이 마신다는거! 심지어 상은인 양치질을 와인으로 했다는거! 귀여운 구멍가게 같은 buca에 가서 3유로씩 주고 rosso di montalcino를 마실 수 있었다는거! Truffle sauce가 맛있고 그보다 더 맛있는 맨빵을 마구 먹을 수 있었다는거! 그곳을 앞으로 우리의 야식장소로 지정했다는거! 아아! 생각만해도 두근두근. 여기 와있는데도 설레인다. 보고있는데도 보고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쿡.
상은이랑 침대에 누워 아이팟 이어폰을 나눠끼고 상은이는 한손에 와인잔을 한 손에는 mba책을 배에는 핫팩을 대고있다. 옆에서 봐도 부럽다. 여기에 고담이만 배위에서 그르릉 거려줬으면… 고담아, 보고싶어! 이 농가에도 너만큼 예쁜 고양이가 없단다. 다들 근데 자극적으로 날씬해.
나의 신청곡 Fiona Apple의 Waltz가 나왔다! 3년전 런던 집앞 fat cat라는 퍼브에서 혼자 앉아서 들었었다. If you don’t have a date, go out and sit on the lawn and do nothing. It’s just what you must do, nobody does it anymore. No, I don’t believe in the wasting of time. But I don’t believe that I’m wasting mine. 이 가사를 뉴헤이븐에서 아무리 들어도 음 뭐지 싶더니 유럽만 나오면 덥썩 좋아진다….
자야겠다. 사실 잠은 너무나 부족하다. 오늘 아침 민박집 아줌마가 7시반에 불을 확 키면서 밥먹으라고 해서 급 어이없었다. 우피치 미술관 가는 사람들만 그때 일어나면 되는건데 왜 우리까지. 흥…쳇. 내일은 설마 일찍 일어나는 미국아이들이 (이 민박집은 미국인이 많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서서 술마시며 수다떨기를 무척이나 즐기시는…. 아까도 1시간가까이 잡혀서 수다떨다 얼어죽을뻔함 ㅠ 꺼이꺼이) 깨서 수선스럽게 굴며 못 자게 하는건 아니겠지?? 죽여버릴꺼야 그레이스양.
홍상은 편
D4 아침, 이보미는 머리를 말린다. 나는 바지에 페브리즈를 뿌려댄다. 그래도 뭔가 찝찝해, 흥. 아침에 늦게까지 자려고 했지만, 차가운 방 안의 공기랑, 7시 반에 일어나서 하이킹 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일찍 깼다. 아- 알리고떼의 행사 문자와 한빛 캐피털의 무이자 대출 스팸도 잠깨우기에 한 몫했지. 후훗, 알리고떼, 나는 지금 이탈리아에 와있다고요. 더 좋아! 한빛 캐피털은… 어쩌면 이 여행이 끝나고 자금의 압박으로 달려갈 수 도 있겠구나.
집 앞 정원에 나가 흔들의자에 앉아 얼그레이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햇볕이 너무 눈이 부셔서 눈도 못 뜨고, 발 아래의 초록색 잔디만 보고, 의자를 기우뚱 거리고, 음악에 발을 틱틱 장단 맞추고. 고양이는 턱을 간질여주니 그르릉 댄다. 평화로운 아침.
어이없게도, 카세트만 있다고 했던 우리의 렌터카는 카세트가 없고 CD만 있다… 차에서 아이팟 카세트 연결기를 들고 온 나는 벙찜.. 심지어 랩탑의 음악도 몇 주전 용량이 부족해서 지웠다. ㅠ 이럴 줄 알았으면 나의 CD 플레이어를 들고오는 건데- 3년전 유럽에 갈 때, 스피커가 달린 CD플레이어를 사서, Lecco 의 워크캠프 가서 밭일 하며 들었더랬다. 나의 많은 짐에 CD 플레이어를 더 들고 왔다면 더 곤욕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잠시 후 Co-op에 가서 CD를 사다가 구워봐야겠다. ㅠ
오토매틱이라고 했던 렌터카는, 클러치만 안 밟았지 수동이었다. 한번 멈추면 계속 해서 기어를 올려줘야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잠깐 쉬었다가 운전하면 1단에서 50rpm까지 밟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걸 오토매틱이라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