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8, 2009

4.18 - 피렌체에서






어제밤 피렌체 민박에서 만난 동갑내기 집지기님 덕분에 집지기님께서 4년간 다니셨던 이태리 여행사진으로 보는 콜토나, 시에나, 산지미아노, 아시시, 폼페이, 시칠리, 카프리, 소렌토 둘러보기를 했다. 우와우와 예뻤지만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산지미나노의 높은 탑보다는 시골길의 생뚱맞은 언덕이, 소렌토의 해변보다는 바그노 어쩌고 (역시 도시이름도 모른다...) 숲속의 자연온천에서 보낸시간이 더 좋았을것이라는 생각이...

진짜 우와우와 했던 순간은 역시 유학생들이 모이면 항상하는 한국밥 먹고 싶어 우어우어 놀이할때 였다. 아무리 좋은 피렌체, 이태리도 집떠나 유학생으로 오면 참 힘든 곳이구나. 집지기님 화이팅!

이제 로마로 가야한다. 피렌체 - 본건 없지만 집지기님과 홍상은과 1시간만에 도시를 활보하며 먹은 젤라토, 곱창샌드위치, 젤라토를 기억할꺼야!!

4/18 피렌체의 늦은 아침

어제는 피렌체에 도착해서, 라볶이를 먹고 빈둥대다가 강가에 햇볕을 쬐이러 갔다. 다리 한 가운데 앉아서 건너편에 보이는 베키오 다리를 바라본다. 관광객들의 걸음은 한결같이 빠르지만 정장을 입고 좋은 구두를 신은 피렌체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깨를 펴고 천천히 걷는다. 관광객들은 피렌체에서 사진을 찍고, 관광명소를 볼 수 있지만, 피렌체, 그보다 크게는 토스카나의 여유로움은 옮겨담지 못 한다. 우리는 8일동안 얼마나 여유로워졌을까? 보미에게 나가자고 강아지처럼 촐랑촐랑 보채는 나나, 여기까지 왔으니 시에나를 보자고 차를 돌리는 보미나, "뭔가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아직도 얽매이고 있던 것 같다.

참, 3년 새에 피렌체는 많이 변했다. 상점은 더 많아지고, 내가 머물던 호스텔 앞에 있던 미우미우는 시내 중심가로 옮겼다. 이보미는 내가 기억을 제대로 못 하는 거다!라고 했지만 집지기님이 미우미우가 옮긴게 맞다고 확인해주셨다. 내가 기억하는게 맞구나. ㅠ 3년전에 집착했던 서점은 그대로. 내가 지금 보고 기억하는 것이, 다음에 또 오면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

여행은 그래서 은근히 슬프다. 돌이키고 싶어도, 그 때, 그 장소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 다시 모이는 때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장소에 아무리 돌아왔어도, 그 때의 강가에 있던 호스텔 주인 아저씨의 사근사근한 미소도, 꽃을 머리에 꽂고 나타났던 독일인 여자애도, 나랑 놀아주던 브라질 여자애 패티도 없다. 그리움을 잔뜩 남기는 여행. 다음에 피렌체에 왔을 때는, 이보미도 없겠지. ㅠ


어제 집에 돌아와 피렌체 민박집의 동갑 "집지기"님과 함께 와인을 마시느라 새벽 1시 반에 잤다. 한국을 떠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 먹을 거 이야기"에 광분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누나. 나는 곧 돌아가는데, 훗, 대신 가서 먹어드려야지.


집지기님과 친해진 덕에 우리는 느긋하게 일어나 게으름을 한껏 부리고 있다. 오늘 3시 반 기차를 타고 로마로 돌아가, 보미는 새벽 2시 30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나는 밤 9시. 하루를 뭘 하고 있어야 뿌듯할까- ...난 로마에, 떼르미니역에, 혼자 있기 싫다..... 어딘가에 사람 북적이는 장소에 있어야겠다.

Friday, April 17, 2009

4/17 - 피엔자를 떠나다


차를 반납했다. 네바퀴가 있다가 두다리로 걸어야하니 영차영차 힘들고나. 5일동안 열심히 꼬부랑 길을 달려준 오토인지 매뉴얼인지 알 수 없는 우리 차와 작별 사진 한컷도 찍지 못했네.


아래 포스트를 보니 상은인 cretaiole에게도 뭔가 제대로된 작별인사를 하고 온것 같은데 난 늦잠 자는 바람에 정신없이 나온 기억밖에 없다. 한가할때마다 늘 앉아있었던 언덕위에 그네에게도, 좁지만 있을거 다 있었던 L'ovile방에게도,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밤늦도록 그라파를 마신 테라스에게도, 그림같은 마당, 푸르른 언덕에게도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어제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양볼에 비쥬를 해주시며 '코레아노는 멀어서 또 오겠나'하시는 표정을 지으시며 두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러게. 이 먼 곳까지...또 오겠나?


좋은곳에 갈때마다 또 오고싶어지는 이유는,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나서인것 같다. 꼭 내가 이곳을 굳이 또 와서 또 보고싶다기 보다는, 처음 경험하던 그 순간에 생각났던 그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싶어서인것 같다. 그들의 몫까지 열심히 보고, 먹고, 사진도 찍고 이런 글도 쓰는거지만 말이다.

내가 이번 여행 다니는 내내 또 오고싶다는 말을 난발한 이유는 어떠한 카메라도 글로도 담을 수가 없고, 아무리 돈을 써도 (열심히 썼지만) 살 수 없는 게 많았다는 뜻일수도 있다. 토스카나의 와인, 커피, 경치, 음식, 문화, 훈훈함, 밤하늘, 좁은 도로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블로그를 쓰고 사진을 찍는데도 막상 도착해서 만난 토스카나는 그들이 표현할 수 없는 눈부신 매력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뿐이 아닐수가 있다는거. 그냥 내내 생각난 사람이있었는데 그 사람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져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작별인사를 안 하고 온 편이 나았을수도...


4/17 오후, 피렌체에 도착하다 (상은)

아침 9시에 피엔자를 떠나 피렌체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일찍 일어난 덕에, 전기 모카에 끓인 커피 한잔을 들고 여유있게 정원에 서서 마지막으로 뷰를 볼 수 있었다.

이 때까지는 서운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던 이별의 순간이, 혼자 서서 커피를 홀짝이는 때에 갑자기 안타까와졌다. 오히려 첫 날보다, 오늘 아침이 가장 "아, 내가 투스카니에 와 있구나!"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시 한번의 감동, "너, 정말 투스카니에 와 있는다 거라고. " 눈물이 시큰하게 맺힐 것 같았지만, 루치아노의 차가 마당으로 들어와서 눈이 부신양 눈을 슥슥 문질렀다. 나는 헤어지는 것에 참 익숙하지 못 하다...

피렌체 민박집에서 완전 불쌍한 눈으로 "배고파요~"했더니 라볶이와 라면을 끓여주셨다 ㅠㅠ 만세~~!! 이제 이보미와의 정산도 끝났고, within the budget 착착 잘 썼네, 응응. 좀 쉬다가 나가서 놀아야겠다.

4/16 상은+ 보미







상은 said:




으어어- 이보미는 매일밤 어찌저리 긴 글들을 쓴걸까. -_- 난 매일 피곤해서 어어- 쓰러져 잔다. 오늘은 옆 방 Gina와 함께 셋이 몬탈치노 와이너리 투어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그라파 – 포도로 만든, 보드카 처럼 독한 술이다- 를 원샷해댔더니, 잠이 들면서 “더 이상 술 먹고 싶지 않아!”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술쟁이 홍상은이. -_- 심지어 어젯밤에는 와인이 질렸다고 맥주를 시켰다지. 오늘 아침의 와인도 어어어- 하는 기분. 아, 잊고 있던 북어국을 먹어야겠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어쩌면 이렇게 오늘이 어제보다 더 즐거울 수 있을까? 했는데, 실은 어제는 낮잠자고나서 시에나에서 방황하게 되자- 아, 그래, 드디어 오늘 분수령을 만났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젯밤 루치아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니 다시 한번 이 여행의 놀라운 힘을 믿게 되었다. 존 레전드의 Each Day Gets Better를 읊조리게 된다.

어제는 Jack 과 Tony가, 오늘은 Freyan과 Rebecca가 떠난다. 3월 28일부터 있었다는 J&T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이 곳으로 여행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우리처럼 “몇 년 후 이곳에서 다시”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인생 마지막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기억하며 눈을 감을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점에서 J&T와 같다. I’m done with this place. 다음에 또 오고 싶다 계속해서 말하는 보미 앞에서 나는 그냥 듣고 있는다. 하지만 그래서 마지막 날인 오늘이 나는 더욱 감사하다. 다시 못 올 것 같으니 오늘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최선을 다해서 보고, 듣고, 기억해야지. 아, 북어국이 속을 풀어준다. (어째서 한국인들은 국물로 해장하는 것을 이리 좋아하는지!) 와인을 다시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 몇 번이나 아침 10시반부터 와인을 마실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공식적으로!!

참, 그러고보니 난 나이가 들면서 약간씩 한식이 땡긴다, 여행지에서. 리코타 치즈를 빵에 얹고 그 위에 대한항공 고추장을 바르고, 인스턴트 북어국을 먹고 어어어- 좋아한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게야. 허허.





Bomi said: "잘만들었다 북어국. 계란까지 들어있다니…감동스럽고나! 내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맛있네;"










4/15 Day 6: 상은편







나는 손으로 일하는 사람을 믿는다. 호주에서 two hands라는 영화를 본 이후로.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그 감동. 루치아노 할아버지는 두 손으로 일하고 있어. 밤 열시에도 꽃에 물을 준다, 그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함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일하는 사람. 좋아보여.









4/15 Day 6: 보미편




두둥. 체력의 한계인가. 어제 별거 안 하고 낮잠도 2시간이나 잤음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저녁에 꼴깝스럽게 야외테이블에 앉아서인지 감기가 걸려버렸다. 뉴헤이븐에서부터 감기기운이 스물스물 쫓아왔었는데 드디어 감기님께서 도착하셨네. 그리고 조금은 지쳤다. 둘다 아침에 키안티 와인테이스팅 가는 내내 서로 말도 없었다 (게다가 길도 어렵고 예약 시간이 늦어서). 우우.

그래도 모든게 마음가짐에 달려있는거지. 뉴헤이븐에서였으면 어어 감기 ㅠㅠ 죽겠어 죽겠어 칭얼칭얼 이랬을텐데 마음이 즐겁고 편하니 감기가 왔든말든 코는 풀면 되는거고 기침은 하면 되는거고 다행히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몸살/목감기가 아니니 괜찮아 괜찮아 이러고 있다. 물론 이 상태로 뉴헤이븐 가서는 미친듯이 골골 거릴테지만 뭐…그건 그때 일! 지금은 감기 걸렸다는 사실도 알 수없게 웃겨서 실없는 웃음만 나온다ㅋㅋ

내일도 아침부터(라고 해봤자 9시45분 출발) 와이너리 투어를 간다. 내가 꼭! 가고 싶어했던 몬탈치노 와이너리! 오늘의 verrazzano 와이너리도 너무 좋았다. 점심도 맛있었고. 홍상은과 와인투어시켜주신 아저씨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베라챠노의 키안티… 테이스팅을 한답시고 열심히 마셨더니 대낮부터 급 졸려져서 와이너리 입구근처 view예쁜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동안 낮잠을 자버렸다. 뭔가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을땐 ‘쟤네 둘은 저기서 자는거야’라고 하시는 독일사람인지 이태리사람인지가 보이고 – 얼마나 웃겼을까. 그래도 참 잘 잤다. 달콤해.

가까운 시에나를 그래도 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가봤지만 파킹도 어렵고 길도 어렵고 사람도 많고 지도도 없어서 1시간 반정도 헤매다가 젤라토나 사 먹고 시티센터 들어가는 건 포기. 그렇게 헤매고 나니 익숙한 pienza가 무척 반갑더라. 길도 동네도 식당도 한층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우리의 야식식당 아저씨께서 vino santo도 공짜로 주셨다. 훈훈한 우리 동네 같은 느낌!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다.

오늘 밤은 cretaiole 위 하늘에 별이 아주 예쁘다. 상은이한테 귀찮아도 나가자고 해야지.

꺅! 별 보러 나갔더니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꽃에 물을 주고 계셔서 ‘할아버지! 와인 한잔 하시죠!’라고 했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오! 코레오노!’ (해석: 오 – 한국인들!) 하며 반가워 해주셨다! 너무 좋아 할아버지!!!! 너무너무 좋아!!!!!!!!!!! 꺅꺅! 홍상은 says: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 할아버지!!!!!!!!
존경스러운 루치아노 할아버지 – 손도 투둑투둑 – 남들은 3학년까지 다녔을 때 8학년까지다니신 할아버지. 남들은 시골을 떠날 때 피엔자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린 루치아노 할아버지. 너무 존경스러운 나머지 큰절까지 올렸다. 말은 안 통하지만 미소로, 눈빛으로, 웃음으로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고 믿는다. 할아버지께서 그라파를 계속 따라주셔서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너무 기분 좋은 밤이다.

4/14 Day 5: 상은편

Day 5 처음으로 취하지 않은 밤
피엔자에 와서 처음으로 술을 먹고 자지 않는 밤이다.. 이럴수가! 너무 따뜻한 날씨 때문에 차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브루넬로 와인 반병은 식초처럼 시큼해졌다. 같이 있던 과일들은 괜찮으려나…
몇 가지 얘기들;
- 민규가 구해준 담배 6보루+2보루 총 8보루는 무사히 잘 들고 왔다. 세관 직원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민박집 숙박비를 미리 다 낼수가 없어서, 아직 가방에 4보루가 실려있다. 갈 때는 가방에 자리가 좀 있길 바랬는데, 흠.
- 알고보니 차를 오토매틱이었다. 옆의 E버튼을 누르자 오토로 바뀌었는데, 매뉴얼일 때보다 소음이 심했다. 그리고 막상 매뉴얼 1단으로 놓고 가고팠던 순간에는 절대 바뀌어주지 않았다.
- 우리집 방문은 손잡이를 위로 돌리면서 열쇠를 잠가야한다. 어제 Gina가 말해주었다.
- 낮잠을 2시간이나 잤는데 왜 졸린걸까… 헉 눈이 막 감겨 ㅠ


여행에서의 Quotes
- Shannon said “50대 50이 아닌 100대 100으로 노력해야 좋은 결혼을 누릴 수 있다.”
- Isabella said “사람들은 절대로 바뀔 수 없어요. 그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걸 하지요.
- Isabella said “나는 토마토를 묶을 수 있지만 그리고 토마토 묶는 사람을 존경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토마토를 묶는것보다 더 잘하는게 일이있고 토마토 묶을 시간에 그 일을 하겠어요.” ”

Tuesday, April 14, 2009

Day 4 보미편




나는 오늘 칭찬을 들었다. Pasquetta 점심을 차려주신 아줌마께서 ‘너 참 잘 먹더라’라고 하며 특히 돼지고기의 비게부분이 맛있다고 했더니 (완전 두꺼운 삼겹살이었다! 샐러드를 싸먹으니 완전 상추쌈이라 반가운 마음에 우거우거쩝쩝 먹었다!) 아줌마왈: ‘그래! 바로 그거야! 너가 제대로 아는구나! 미국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유러피언들은 몸에 좋지 않은 기름덩어리로 봐버리지만 그게 돼지고기의 진국인걸! 베네베네!’ 고마워요 아줌마, 너무 맛있었어요!

시골길을 휘휘 달리다가 만난 언덕위에 외로운 한그루의 나무 - 무작정 잔디밭에 차를 세워버리고 둘이서 꺼이꺼이 나름 꽤 높은 언덕을 올라갔다. 정말 숨이 턱 막혀버리는 아름다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사진기로도 포착할 수 없다. 보고있는 내내 이런걸 내가 보고있다는걸 믿어지지 않을정도의 아름다움이란. 외로운 나무 한 그루의 로망을 갖게해주신 김영주씨 감사해요. 고마워요 이사 아줌마, 그 방향으로 드라이빙 루트를 추천해주셔서. 무엇보다 함께 감탄해준 홍상은양 고마워요! (상은이에게 고마워할 일은 너무나 많다. 삼각대, 대한항공 담요, 무엇보다 그곳에서 brunello를 마실 수 있게 해준 것! 바보라도 하면 된다는 것을 기억시켜준 것!)

가보고 싶던 피엔자 식당에서 먹어보고 싶던 맷돼지 파스타를 후루루 먹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쫄깃한 면발, 살짝 짜파게티스러운 아니면 갈비찜스러운 소스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하우스 와인 1/2 리터는 3유로라는 아주 착한 가격이었고. 비스코티도 너무 맛있었고. 게다가 내일 먹을 빵이 없어서 ‘혹시 빵 좀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이따만한 빵을 (공짜로) 담아주신 식당 아저씨! 아저씨, 감사해요! 덕분에 내일 한끼 해결할 수 있을거에요.

아, 이 얼마만에 기분 좋게 취한건가. 지금 상은이는 와인 한 잔 들고 keri noble의 leg go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그래. 그래. 이거야. 이런거라고.

Monday, April 13, 2009

day 3




이보미 편 --

준비하면서 봤던 어느 그림보다 사진보다 책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화장실의 쪼매난 창문으로도 보이는! Cretaiole 로 왔다. 아.아. 카메라로 담아가지 못함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기억할 자신조차 없다. 그냥 순간을 즐겨야지.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즐겼다는 사실만을 꼭 기억해야지.

즐기는게 이렇게 쉽다니. 마음이 편안하니 몸도 급 건강해지는게 느껴진다. 식욕도 왕성해.시골에 오면 꼭! 해야하는 숨쉬기운동도 많이 아주 많이 하고있다. 즐거운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키안티 언덕에서 숨쉬기운동을 한다는거! 키안티 포도밭을 양쪽으로 끼고 달린다는거! 어쨌든 달린다는거! 농가 슁을 타고 숨쉬기운동하며 와인을 마신다는거! 와인을 많이 마신다는거! 심지어 상은인 양치질을 와인으로 했다는거! 귀여운 구멍가게 같은 buca에 가서 3유로씩 주고 rosso di montalcino를 마실 수 있었다는거! Truffle sauce가 맛있고 그보다 더 맛있는 맨빵을 마구 먹을 수 있었다는거! 그곳을 앞으로 우리의 야식장소로 지정했다는거! 아아! 생각만해도 두근두근. 여기 와있는데도 설레인다. 보고있는데도 보고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쿡.

상은이랑 침대에 누워 아이팟 이어폰을 나눠끼고 상은이는 한손에 와인잔을 한 손에는 mba책을 배에는 핫팩을 대고있다. 옆에서 봐도 부럽다. 여기에 고담이만 배위에서 그르릉 거려줬으면… 고담아, 보고싶어! 이 농가에도 너만큼 예쁜 고양이가 없단다. 다들 근데 자극적으로 날씬해.

나의 신청곡 Fiona Apple의 Waltz가 나왔다! 3년전 런던 집앞 fat cat라는 퍼브에서 혼자 앉아서 들었었다. If you don’t have a date, go out and sit on the lawn and do nothing. It’s just what you must do, nobody does it anymore. No, I don’t believe in the wasting of time. But I don’t believe that I’m wasting mine. 이 가사를 뉴헤이븐에서 아무리 들어도 음 뭐지 싶더니 유럽만 나오면 덥썩 좋아진다….

자야겠다. 사실 잠은 너무나 부족하다. 오늘 아침 민박집 아줌마가 7시반에 불을 확 키면서 밥먹으라고 해서 급 어이없었다. 우피치 미술관 가는 사람들만 그때 일어나면 되는건데 왜 우리까지. 흥…쳇. 내일은 설마 일찍 일어나는 미국아이들이 (이 민박집은 미국인이 많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서서 술마시며 수다떨기를 무척이나 즐기시는…. 아까도 1시간가까이 잡혀서 수다떨다 얼어죽을뻔함 ㅠ 꺼이꺼이) 깨서 수선스럽게 굴며 못 자게 하는건 아니겠지?? 죽여버릴꺼야 그레이스양.

홍상은 편

D4 아침, 이보미는 머리를 말린다. 나는 바지에 페브리즈를 뿌려댄다. 그래도 뭔가 찝찝해, 흥. 아침에 늦게까지 자려고 했지만, 차가운 방 안의 공기랑, 7시 반에 일어나서 하이킹 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일찍 깼다. 아- 알리고떼의 행사 문자와 한빛 캐피털의 무이자 대출 스팸도 잠깨우기에 한 몫했지. 후훗, 알리고떼, 나는 지금 이탈리아에 와있다고요. 더 좋아! 한빛 캐피털은… 어쩌면 이 여행이 끝나고 자금의 압박으로 달려갈 수 도 있겠구나.

집 앞 정원에 나가 흔들의자에 앉아 얼그레이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햇볕이 너무 눈이 부셔서 눈도 못 뜨고, 발 아래의 초록색 잔디만 보고, 의자를 기우뚱 거리고, 음악에 발을 틱틱 장단 맞추고. 고양이는 턱을 간질여주니 그르릉 댄다. 평화로운 아침.

어이없게도, 카세트만 있다고 했던 우리의 렌터카는 카세트가 없고 CD만 있다… 차에서 아이팟 카세트 연결기를 들고 온 나는 벙찜.. 심지어 랩탑의 음악도 몇 주전 용량이 부족해서 지웠다. ㅠ 이럴 줄 알았으면 나의 CD 플레이어를 들고오는 건데- 3년전 유럽에 갈 때, 스피커가 달린 CD플레이어를 사서, Lecco 의 워크캠프 가서 밭일 하며 들었더랬다. 나의 많은 짐에 CD 플레이어를 더 들고 왔다면 더 곤욕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잠시 후 Co-op에 가서 CD를 사다가 구워봐야겠다. ㅠ

오토매틱이라고 했던 렌터카는, 클러치만 안 밟았지 수동이었다. 한번 멈추면 계속 해서 기어를 올려줘야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잠깐 쉬었다가 운전하면 1단에서 50rpm까지 밟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걸 오토매틱이라고 하다니!!

Sunday, April 12, 2009

Day 3 피렌체의 아침




난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뚜기 3분 카레같은 물같은 카레. 그 속에 눅눅하게 익은 감자나 당근도.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민박집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먹었다. 그래도 무김치는 맛있었어- 나 무 좋아해요 히히



어젯밤은 정말 피곤에 절어서 자리에 눕자마자 잤다. 꿈을 꿨는데 뭔지 기억도 안 나고, 아침 6시 30분에 눈이 떠졌는데 보미 아래 침대에 있는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고셔서 다시 잠들지 못 하고 뒤척대야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만난 보미의 발에게 안녕도 하고.



민박집은 북적이고, 화장실도 하나고, 좁아서 싫지만- 앞으로 더 겪지 않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다. (아니, 심지어 28살에 민박집에 오는 것도 이미 좋아보이지 않아. ) 그래서 오늘 아침 내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을 때 만난 보미 발도, 졸린 눈에 그냥 안녕-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커피 마시러 갔다- 우리는 부오나 삐에스따- 가 이스터 인사가 맞는지 궁금했지만, 웬지 물어볼만한 사람이 없었어. (이보미는 지금 민박집 동갑아저씨한테 작은 냉장고의 요거트를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다가 안된다는 얘길 듣고 급실망 중이다.)

이제 30분 후면 우리는 피렌체 공항에 가서 렌트카를 빌리고 라라라 들판으로 나갈거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 승무원 H님과 네고쳐서 담요도 하나 받고, 플라스틱 와인잔도 2개 사고-

사람이 많다, 나중에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