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엔 우리가 지금 있는 농가 cretaiole의 주인이 하는 농장에 갔다왔다. 주인장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직접 투어를 시켜주시며 그 농장에서 만드는 와인, 페코리노 치즈, 햄을 아주 인심 좋게 시식시켜주셨다. (그가 따라준 와인의 양은 당황스러울 정도!) 할아버지께선 내내 젊은 동양인 여자 두명이 신기하시기만 한 눈빛이셨다. 게다가 우린 어찌나 잘 먹는지. 편육 같은 햄을 ‘부오노 부오노’하며 끊이없이 시식한 우리. ‘이런거 한국에도 있어요!’라고 열심히 설명했더니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매우 재미있어라 하셨다. 작은 농장이지만 너무나 열심히 그리고 깊은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는 할아버지 – 나중에 악수를 하는데 그의 손은 진정 농부의 손이었다 – 야구미트처럼 두툼하고, 거칠고, 흙이 살속에 베어있는, 너무나 정직한 손. (귀얇은 식탐 많은 나는 여기서 이것저것 엄청 사버렸다. 대체 어떻게 들고 가려고 -_-;)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손짓발짓 말고!) 꼭 이태리어를 배우고 싶어진다.
시식덕분에 점심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거하게 취해서 2시간 넘게 낮잠을 자버린 우리. 덕분에 원래 계획했던 cortona를 갈 시간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다. 결국 애초의 그곳을 가고싶게 만든 under the tuscan sun 영화는 cortona가 아닌 우리가 지금 있는 val d’orcia에서 찍었다니까 안 갔어도 목적을 이룬 샘?
오히려 시간이 그렇게 되어버려서 가게된 가까운 bagno vignoni에서 폭포아래 그림 같은 온천(?)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뭔가 산위에 돌성같은게 보여서 무작정 GPS의 말을 무시하고 간 castello에서 기가막힌 노을을 (추워서 끝까지는 못있었지만 거의) 보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뭔가 발견하는게 즐겁다. 전날 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는게 마냥 감사하다. 비록 그게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순간에 충실하면서 보는 곳들은 다 좋을 수밖에 없다.
도시속에서는 봄이란, 이제 반팔 입을 수 있는 그런 계절로만 인식하고 사는데 여기 농장에 와보니 봄엔 새끼돼지, 새끼오리, 새끼고냥이, 새끼토끼가 나고, 노란색꽃이 온 언덕을 물드리고, 새싹이 돋아 초록색이다 못해 형광초록색이 되어버리는 그런 계절이었다. 그래 맞아, 봄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계절이었지.
Says William Wordsworth:
Nature can so inform
The mind that is within us, so impress
With quietness and beauty, and so feed
With lofty thoughts, that neither evil tongues,
Rash judgments, nor the sneer of selfish men,
Nor the greetings where no kindness is, nor all
The dreary intercourse of daily life,
Shall ever prevail against us, or disturb
Our cheerful faith that all that which we behold
Is full of bless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