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17, 2012

Day 4- Doer의 재발견





이탈리아식 이스터 런치를 먹고 “애들이 뛰어다니지 않는 조용한 곳”을 찾아 와인과 책, 엽서, 과일을 싸가지고 떠났다. 약 5시경. 어느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가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가 좋아보여서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힉힉 대며 올라갔지. 그 위에는 정말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들판, 산이 초록으로 펼쳐져 있었다. 딱 질락 말락한 예쁜 하늘. 힘들여서 올라오길 잘 했어. 대한항공 담요를 깔고, 책도 준비 완료, 나는 이제 와인을 따라 마시고 낮잠을 자려는 순간- 와인 오프너가 없다… Creitole에 두고 와버렸어. Jerry가 맛있다고 추천해준 브루넬로를 눈 앞에 두고 꺼이꺼이 하늘을 보며 낮잠을 자려는 순간- 잘 수가 없어졌다. 나는 지금 너무 예쁜 하늘 아래, 음악을 듣고 공기도 좋은데 와인을 못 마시고 있어, 말도 안돼!
말리는 이보미를 뒤로 하고 언덕을 두다다 뛰어내려가서, 차에 시동을 걸고 무작정 길을 따라 보이는 집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지나가던 차 한대를 훠이훠이 손짓해서 잡았으나 미국인 아저씨는 와인 오프너가 없다고 했다.ㅠ) 입구가 막힌 첫번째 집을 지나치고, 공사 중인 두번째 집을 들리고 나니 주변에는 다른 집이 보이지 않았다. 언덕 위에서 무서워할 이보미를 생각하며 돌아가다가, 입구가 막힌 첫번째 집에 주차된 차를 발견하고 정원에 들어갔다. 문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 사람이 있어! 초인종을 누르자 이층 창문이 열렸다. “스쿠지- 와인 오프너?” 병을 가리키자 아저씨가 “시-시-“하고 내려온다. 이층 창문에 다른 두어명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시골 한복판의 집 앞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있는 동양아이, 분명 구경거리다. 처음 보인 아저씨가 내려와 와인을 따주었다. 병 주위의 덮개도 다 떼어주었다.
상은: 부에나 피에스따?
아저씨: 응? 뭐?
상은: 음- 부오나 피스까? 파스까?
아저씨: 아아아- 부오나 피아스까! 그라치에!
상은: 응응, 부오나 피아스까!
아저씨: 자뽀네?
상은: 노- 꼬레아노!
아저씨: (&!*^*$&!(* 솔로?
상은: 노-노- (밖을 가리키며) 아미고, 아미고!
아저씨: (밥먹는 흉내 & 2층을 가리키며 밥 먹고 가라는 손짓)
상은: 농농 아미고 이즈 웨이팅 포 미
아저씨: 바 베네-
상은: 그라치에! 챠오~
아저씨: 챠오~
이 사이에 제 2의 아저씨 나타나 말을 걸었으나 중요하지 않으므로 생략 ㅋ

차를 몰고 달려와 이보미를 향해 언덕 위를 더더더- 뛰어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는 막 딴 브루넬로가 있다! 브루넬로는 딱 맛있었고, 나는 흐뭇해졌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던, 내 안의 “Doer” 기질을 발견했다. 나는 늘 그렇다. 안 하면 내 인생이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는, 그래서 바로 이때 꼭 해야만 한다고 믿는 순간, 억척스럽게도 하겠다고 뛰쳐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이번 여행도 그렇지만.
근데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나의 그 뿌듯한 마음을. 지는 해를 보며, 이 순간을 더욱 완벽하게 만든 스스로를 칭찬해줬다. 뭐- 돌아가면 어때. 나는 어쨌건 그 최고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될게 뻔하다.
이보미, 나중에 내가 으어어- 이런건 지금 꼭 안 해도 돼. 나 그냥 quitter가 될거야,라고 할 때, 나한테 말해줘야해. “너가 뛰어내려갔던 그 언덕의 순간을 생각해봐”라고. 내가 삶에서 두렵다고, 귀찮다고 내 삶의 순간들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할 때, 꼭 얘기해줘. 그 때 그 영화의 할아버지처럼, “I’m not a f**king quitter!!” 라고 스스로에게 말한, 바람부는 언덕의 저녁.

다른 재밌는 얘기들은 보미가 쓰겠지? 이히히




2 comments:

  1. 근데 사진은? 슈샘은? 보고싶어! (그 곳에서 현상은 힘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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