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체력의 한계인가. 어제 별거 안 하고 낮잠도 2시간이나 잤음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저녁에 꼴깝스럽게 야외테이블에 앉아서인지 감기가 걸려버렸다. 뉴헤이븐에서부터 감기기운이 스물스물 쫓아왔었는데 드디어 감기님께서 도착하셨네. 그리고 조금은 지쳤다. 둘다 아침에 키안티 와인테이스팅 가는 내내 서로 말도 없었다 (게다가 길도 어렵고 예약 시간이 늦어서). 우우.
그래도 모든게 마음가짐에 달려있는거지. 뉴헤이븐에서였으면 어어 감기 ㅠㅠ 죽겠어 죽겠어 칭얼칭얼 이랬을텐데 마음이 즐겁고 편하니 감기가 왔든말든 코는 풀면 되는거고 기침은 하면 되는거고 다행히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몸살/목감기가 아니니 괜찮아 괜찮아 이러고 있다. 물론 이 상태로 뉴헤이븐 가서는 미친듯이 골골 거릴테지만 뭐…그건 그때 일! 지금은 감기 걸렸다는 사실도 알 수없게 웃겨서 실없는 웃음만 나온다ㅋㅋ
내일도 아침부터(라고 해봤자 9시45분 출발) 와이너리 투어를 간다. 내가 꼭! 가고 싶어했던 몬탈치노 와이너리! 오늘의 verrazzano 와이너리도 너무 좋았다. 점심도 맛있었고. 홍상은과 와인투어시켜주신 아저씨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베라챠노의 키안티… 테이스팅을 한답시고 열심히 마셨더니 대낮부터 급 졸려져서 와이너리 입구근처 view예쁜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동안 낮잠을 자버렸다. 뭔가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을땐 ‘쟤네 둘은 저기서 자는거야’라고 하시는 독일사람인지 이태리사람인지가 보이고 – 얼마나 웃겼을까. 그래도 참 잘 잤다. 달콤해.
가까운 시에나를 그래도 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가봤지만 파킹도 어렵고 길도 어렵고 사람도 많고 지도도 없어서 1시간 반정도 헤매다가 젤라토나 사 먹고 시티센터 들어가는 건 포기. 그렇게 헤매고 나니 익숙한 pienza가 무척 반갑더라. 길도 동네도 식당도 한층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우리의 야식식당 아저씨께서 vino santo도 공짜로 주셨다. 훈훈한 우리 동네 같은 느낌!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다.
오늘 밤은 cretaiole 위 하늘에 별이 아주 예쁘다. 상은이한테 귀찮아도 나가자고 해야지.
꺅! 별 보러 나갔더니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꽃에 물을 주고 계셔서 ‘할아버지! 와인 한잔 하시죠!’라고 했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오! 코레오노!’ (해석: 오 – 한국인들!) 하며 반가워 해주셨다! 너무 좋아 할아버지!!!! 너무너무 좋아!!!!!!!!!!! 꺅꺅! 홍상은 says: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 할아버지!!!!!!!!
존경스러운 루치아노 할아버지 – 손도 투둑투둑 – 남들은 3학년까지 다녔을 때 8학년까지다니신 할아버지. 남들은 시골을 떠날 때 피엔자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린 루치아노 할아버지. 너무 존경스러운 나머지 큰절까지 올렸다. 말은 안 통하지만 미소로, 눈빛으로, 웃음으로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고 믿는다. 할아버지께서 그라파를 계속 따라주셔서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너무 기분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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