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7, 2009

4/17 - 피엔자를 떠나다


차를 반납했다. 네바퀴가 있다가 두다리로 걸어야하니 영차영차 힘들고나. 5일동안 열심히 꼬부랑 길을 달려준 오토인지 매뉴얼인지 알 수 없는 우리 차와 작별 사진 한컷도 찍지 못했네.


아래 포스트를 보니 상은인 cretaiole에게도 뭔가 제대로된 작별인사를 하고 온것 같은데 난 늦잠 자는 바람에 정신없이 나온 기억밖에 없다. 한가할때마다 늘 앉아있었던 언덕위에 그네에게도, 좁지만 있을거 다 있었던 L'ovile방에게도,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밤늦도록 그라파를 마신 테라스에게도, 그림같은 마당, 푸르른 언덕에게도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어제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양볼에 비쥬를 해주시며 '코레아노는 멀어서 또 오겠나'하시는 표정을 지으시며 두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러게. 이 먼 곳까지...또 오겠나?


좋은곳에 갈때마다 또 오고싶어지는 이유는,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나서인것 같다. 꼭 내가 이곳을 굳이 또 와서 또 보고싶다기 보다는, 처음 경험하던 그 순간에 생각났던 그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싶어서인것 같다. 그들의 몫까지 열심히 보고, 먹고, 사진도 찍고 이런 글도 쓰는거지만 말이다.

내가 이번 여행 다니는 내내 또 오고싶다는 말을 난발한 이유는 어떠한 카메라도 글로도 담을 수가 없고, 아무리 돈을 써도 (열심히 썼지만) 살 수 없는 게 많았다는 뜻일수도 있다. 토스카나의 와인, 커피, 경치, 음식, 문화, 훈훈함, 밤하늘, 좁은 도로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블로그를 쓰고 사진을 찍는데도 막상 도착해서 만난 토스카나는 그들이 표현할 수 없는 눈부신 매력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뿐이 아닐수가 있다는거. 그냥 내내 생각난 사람이있었는데 그 사람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져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작별인사를 안 하고 온 편이 나았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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