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2, 2016

Saturday, June 25, 2016

LA를 잇기_LALALA


세번의 와인 여행마다 새 블로그를 만들었었는데, 만들기도 귀찮고 하나에 모으기도 싶어져서 여기에 2016 LA 플랜 추가 시작. :) 

Wednesday, October 17, 2012

4/14, Day 5. 보미편



오늘 오전엔 우리가 지금 있는 농가 cretaiole의 주인이 하는 농장에 갔다왔다. 주인장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직접 투어를 시켜주시며 그 농장에서 만드는 와인, 페코리노 치즈, 햄을 아주 인심 좋게 시식시켜주셨다. (그가 따라준 와인의 양은 당황스러울 정도!) 할아버지께선 내내 젊은 동양인 여자 두명이 신기하시기만 한 눈빛이셨다. 게다가 우린 어찌나 잘 먹는지. 편육 같은 햄을 ‘부오노 부오노’하며 끊이없이 시식한 우리. ‘이런거 한국에도 있어요!’라고 열심히 설명했더니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매우 재미있어라 하셨다. 작은 농장이지만 너무나 열심히 그리고 깊은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는 할아버지 – 나중에 악수를 하는데 그의 손은 진정 농부의 손이었다 – 야구미트처럼 두툼하고, 거칠고, 흙이 살속에 베어있는, 너무나 정직한 손. (귀얇은 식탐 많은 나는 여기서 이것저것 엄청 사버렸다. 대체 어떻게 들고 가려고 -_-;)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손짓발짓 말고!) 꼭 이태리어를 배우고 싶어진다.
시식덕분에 점심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거하게 취해서 2시간 넘게 낮잠을 자버린 우리. 덕분에 원래 계획했던 cortona를 갈 시간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다. 결국 애초의 그곳을 가고싶게 만든 under the tuscan sun 영화는 cortona가 아닌 우리가 지금 있는 val d’orcia에서 찍었다니까 안 갔어도 목적을 이룬 샘?
오히려 시간이 그렇게 되어버려서 가게된 가까운 bagno vignoni에서 폭포아래 그림 같은 온천(?)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뭔가 산위에 돌성같은게 보여서 무작정 GPS의 말을 무시하고 간 castello에서 기가막힌 노을을 (추워서 끝까지는 못있었지만 거의) 보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뭔가 발견하는게 즐겁다. 전날 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는게 마냥 감사하다. 비록 그게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순간에 충실하면서 보는 곳들은 다 좋을 수밖에 없다.
도시속에서는 봄이란, 이제 반팔 입을 수 있는 그런 계절로만 인식하고 사는데 여기 농장에 와보니 봄엔 새끼돼지, 새끼오리, 새끼고냥이, 새끼토끼가 나고, 노란색꽃이 온 언덕을 물드리고, 새싹이 돋아 초록색이다 못해 형광초록색이 되어버리는 그런 계절이었다. 그래 맞아, 봄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계절이었지.

Says William Wordsworth:
Nature can so inform
The mind that is within us, so impress
With quietness and beauty, and so feed
With lofty thoughts, that neither evil tongues,
Rash judgments, nor the sneer of selfish men,
Nor the greetings where no kindness is, nor all
The dreary intercourse of daily life,
Shall ever prevail against us, or disturb
Our cheerful faith that all that which we behold
Is full of blessings.

Day 4- Doer의 재발견





이탈리아식 이스터 런치를 먹고 “애들이 뛰어다니지 않는 조용한 곳”을 찾아 와인과 책, 엽서, 과일을 싸가지고 떠났다. 약 5시경. 어느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가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가 좋아보여서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힉힉 대며 올라갔지. 그 위에는 정말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들판, 산이 초록으로 펼쳐져 있었다. 딱 질락 말락한 예쁜 하늘. 힘들여서 올라오길 잘 했어. 대한항공 담요를 깔고, 책도 준비 완료, 나는 이제 와인을 따라 마시고 낮잠을 자려는 순간- 와인 오프너가 없다… Creitole에 두고 와버렸어. Jerry가 맛있다고 추천해준 브루넬로를 눈 앞에 두고 꺼이꺼이 하늘을 보며 낮잠을 자려는 순간- 잘 수가 없어졌다. 나는 지금 너무 예쁜 하늘 아래, 음악을 듣고 공기도 좋은데 와인을 못 마시고 있어, 말도 안돼!
말리는 이보미를 뒤로 하고 언덕을 두다다 뛰어내려가서, 차에 시동을 걸고 무작정 길을 따라 보이는 집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지나가던 차 한대를 훠이훠이 손짓해서 잡았으나 미국인 아저씨는 와인 오프너가 없다고 했다.ㅠ) 입구가 막힌 첫번째 집을 지나치고, 공사 중인 두번째 집을 들리고 나니 주변에는 다른 집이 보이지 않았다. 언덕 위에서 무서워할 이보미를 생각하며 돌아가다가, 입구가 막힌 첫번째 집에 주차된 차를 발견하고 정원에 들어갔다. 문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 사람이 있어! 초인종을 누르자 이층 창문이 열렸다. “스쿠지- 와인 오프너?” 병을 가리키자 아저씨가 “시-시-“하고 내려온다. 이층 창문에 다른 두어명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시골 한복판의 집 앞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있는 동양아이, 분명 구경거리다. 처음 보인 아저씨가 내려와 와인을 따주었다. 병 주위의 덮개도 다 떼어주었다.
상은: 부에나 피에스따?
아저씨: 응? 뭐?
상은: 음- 부오나 피스까? 파스까?
아저씨: 아아아- 부오나 피아스까! 그라치에!
상은: 응응, 부오나 피아스까!
아저씨: 자뽀네?
상은: 노- 꼬레아노!
아저씨: (&!*^*$&!(* 솔로?
상은: 노-노- (밖을 가리키며) 아미고, 아미고!
아저씨: (밥먹는 흉내 & 2층을 가리키며 밥 먹고 가라는 손짓)
상은: 농농 아미고 이즈 웨이팅 포 미
아저씨: 바 베네-
상은: 그라치에! 챠오~
아저씨: 챠오~
이 사이에 제 2의 아저씨 나타나 말을 걸었으나 중요하지 않으므로 생략 ㅋ

차를 몰고 달려와 이보미를 향해 언덕 위를 더더더- 뛰어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는 막 딴 브루넬로가 있다! 브루넬로는 딱 맛있었고, 나는 흐뭇해졌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던, 내 안의 “Doer” 기질을 발견했다. 나는 늘 그렇다. 안 하면 내 인생이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는, 그래서 바로 이때 꼭 해야만 한다고 믿는 순간, 억척스럽게도 하겠다고 뛰쳐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이번 여행도 그렇지만.
근데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나의 그 뿌듯한 마음을. 지는 해를 보며, 이 순간을 더욱 완벽하게 만든 스스로를 칭찬해줬다. 뭐- 돌아가면 어때. 나는 어쨌건 그 최고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될게 뻔하다.
이보미, 나중에 내가 으어어- 이런건 지금 꼭 안 해도 돼. 나 그냥 quitter가 될거야,라고 할 때, 나한테 말해줘야해. “너가 뛰어내려갔던 그 언덕의 순간을 생각해봐”라고. 내가 삶에서 두렵다고, 귀찮다고 내 삶의 순간들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할 때, 꼭 얘기해줘. 그 때 그 영화의 할아버지처럼, “I’m not a f**king quitter!!” 라고 스스로에게 말한, 바람부는 언덕의 저녁.

다른 재밌는 얘기들은 보미가 쓰겠지? 이히히




Sunday, April 19, 2009

4/19 - 돌아오다



역시 멋있는 작별인사란 영화에서만 나오는것인가보다. 상은이랑 민박집에서 와인한병 두고 여행을 정리하며 다음 계획을 장황하게 세워보거나 (달을 보며 말이다) 적어도 이태리 새벽하늘 아래서 let go를 들으면서 인사했으면 멋있었으련만 뭔가 푸미치노 공항 횡단을 반복하다 피곤에 쩔어어이없게 시간까지 없어서 수십명사이에서 정신없는 인사를 해야만했다. 이태리에게도 뭔가 안녕~ 해야한건데 - 너무 힘들어서 이륙전부터 쓸어져 자버려서 순간을 놓져버리고. 

현실은 이렇게 지저분한것. 예쁘게 포장하려고 하면 이렇게 태클 걸어버리는것. 그래서 이번 토스카나 여행은 더욱더 감탄스럽고 기적같다. 정말 완벽했자나? 

상은이랑 피렌체 민박에서 서로의 카메라를 보면서 상은이가 '진짜 행복하다는게 사진에서 느껴져'라고 했다. 진짜 그랬고 진짜 그래보인다. 단지 즐거움, 행복을 넘어선 순수한 bliss의 상태 - 시간이 지나면 그저 가물가물한 추억으로 돌아갈테지만,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도 참 벅찬 행복이다.   

돌아오니 뉴헤이븐도 봄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고나. 자세히 봐야하지만 가지끝마다 안개처럼 낀 옅은 새싹들, 듬성듬성있지만 활짝 핀 꽃나무들, 그리고 파란 하늘. 아쉬운대로, i'll take it. 

고담이는 여전히 예쁘고나.  

4/19 혼자 남다.

역시 여행이 좋기만 할 수 없나보다. 우리는 마지막 액땜을 이보미의 새벽비행기로 했다. 이 블로그의. older post에 나올 night bus정보를 보고, 우선 밝을 때 정류장을 찾아놓기로 했다. 분명 웹사이트 담당자도, information desk 사람도 그 앞에 정류장이 있다고 했는데, 500인 광장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저녁 시간을 오롯이 정류장 찾기에 쏟은 우리는, 그냥 다빈치 익스프레스의 막차인 10시 52분 차를 타고 가서 밤을 함께 새기로 했다. (심지어 이보미는 다른 아저씨가 차표를 기차에서 살 수 없다고 해서 떼르미니역을 미친듯이 질주했으나 차장아저씨가 "응, 나한테 사라" 고 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

공항에 도착해서,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보고,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자다가, 추워서 눈이 떠지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파니니를 먹고, 나란히 앉아 let go를 들었다.

Life doesn't go the way that you plan
Maybe it sees better than you can
you try to control with all your might
But when you let go it'll be all right
Let go

체크인 창구가 열려 줄을 서기 시작하고, 보미와 인사를 했다. 다음 여행은 2012년이야, 그리고 우린 8월에 한국에서 볼 수 있다.

보미를 체크인 줄에 남겨두고, 나는 5시에 설지 아닐지 모르는 유령버스 COTRAL을 타기 위해 내려갔다. 5시 COTRAL Bus 아니면 6시 23분 다빈치 익스프레스 첫 차. 혼자서 1시간 반을 더 기다리는 것은 엄하다. 다행히 버스는 4시 48분 나를 지나칠 뻔 하다가 공짜로! 태워줘서 25분만에 로마 떼르미니에 내려줬다. 블로그의 아저씨가 말했던 바로 건너편이었고, 정류장은 없었다.....!

아침에 11시에 눈이 떠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밤사이 가위를 눌려서, 으으으- 하다가 힘들어하며 간신히 눈을 떴다. 이제 나가서, 마지막 로마를 즐겨야지... 밖에 비가 온다고 하지만. ㅠ

혼자이어서 살짝 슬픈, 휴가의 마지막 날.

Saturday, April 18, 2009

4.18 - 피렌체에서






어제밤 피렌체 민박에서 만난 동갑내기 집지기님 덕분에 집지기님께서 4년간 다니셨던 이태리 여행사진으로 보는 콜토나, 시에나, 산지미아노, 아시시, 폼페이, 시칠리, 카프리, 소렌토 둘러보기를 했다. 우와우와 예뻤지만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산지미나노의 높은 탑보다는 시골길의 생뚱맞은 언덕이, 소렌토의 해변보다는 바그노 어쩌고 (역시 도시이름도 모른다...) 숲속의 자연온천에서 보낸시간이 더 좋았을것이라는 생각이...

진짜 우와우와 했던 순간은 역시 유학생들이 모이면 항상하는 한국밥 먹고 싶어 우어우어 놀이할때 였다. 아무리 좋은 피렌체, 이태리도 집떠나 유학생으로 오면 참 힘든 곳이구나. 집지기님 화이팅!

이제 로마로 가야한다. 피렌체 - 본건 없지만 집지기님과 홍상은과 1시간만에 도시를 활보하며 먹은 젤라토, 곱창샌드위치, 젤라토를 기억할꺼야!!

4/18 피렌체의 늦은 아침

어제는 피렌체에 도착해서, 라볶이를 먹고 빈둥대다가 강가에 햇볕을 쬐이러 갔다. 다리 한 가운데 앉아서 건너편에 보이는 베키오 다리를 바라본다. 관광객들의 걸음은 한결같이 빠르지만 정장을 입고 좋은 구두를 신은 피렌체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깨를 펴고 천천히 걷는다. 관광객들은 피렌체에서 사진을 찍고, 관광명소를 볼 수 있지만, 피렌체, 그보다 크게는 토스카나의 여유로움은 옮겨담지 못 한다. 우리는 8일동안 얼마나 여유로워졌을까? 보미에게 나가자고 강아지처럼 촐랑촐랑 보채는 나나, 여기까지 왔으니 시에나를 보자고 차를 돌리는 보미나, "뭔가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아직도 얽매이고 있던 것 같다.

참, 3년 새에 피렌체는 많이 변했다. 상점은 더 많아지고, 내가 머물던 호스텔 앞에 있던 미우미우는 시내 중심가로 옮겼다. 이보미는 내가 기억을 제대로 못 하는 거다!라고 했지만 집지기님이 미우미우가 옮긴게 맞다고 확인해주셨다. 내가 기억하는게 맞구나. ㅠ 3년전에 집착했던 서점은 그대로. 내가 지금 보고 기억하는 것이, 다음에 또 오면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

여행은 그래서 은근히 슬프다. 돌이키고 싶어도, 그 때, 그 장소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 다시 모이는 때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장소에 아무리 돌아왔어도, 그 때의 강가에 있던 호스텔 주인 아저씨의 사근사근한 미소도, 꽃을 머리에 꽂고 나타났던 독일인 여자애도, 나랑 놀아주던 브라질 여자애 패티도 없다. 그리움을 잔뜩 남기는 여행. 다음에 피렌체에 왔을 때는, 이보미도 없겠지. ㅠ


어제 집에 돌아와 피렌체 민박집의 동갑 "집지기"님과 함께 와인을 마시느라 새벽 1시 반에 잤다. 한국을 떠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 먹을 거 이야기"에 광분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누나. 나는 곧 돌아가는데, 훗, 대신 가서 먹어드려야지.


집지기님과 친해진 덕에 우리는 느긋하게 일어나 게으름을 한껏 부리고 있다. 오늘 3시 반 기차를 타고 로마로 돌아가, 보미는 새벽 2시 30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나는 밤 9시. 하루를 뭘 하고 있어야 뿌듯할까- ...난 로마에, 떼르미니역에, 혼자 있기 싫다..... 어딘가에 사람 북적이는 장소에 있어야겠다.

Friday, April 17, 2009

4/17 - 피엔자를 떠나다


차를 반납했다. 네바퀴가 있다가 두다리로 걸어야하니 영차영차 힘들고나. 5일동안 열심히 꼬부랑 길을 달려준 오토인지 매뉴얼인지 알 수 없는 우리 차와 작별 사진 한컷도 찍지 못했네.


아래 포스트를 보니 상은인 cretaiole에게도 뭔가 제대로된 작별인사를 하고 온것 같은데 난 늦잠 자는 바람에 정신없이 나온 기억밖에 없다. 한가할때마다 늘 앉아있었던 언덕위에 그네에게도, 좁지만 있을거 다 있었던 L'ovile방에게도,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밤늦도록 그라파를 마신 테라스에게도, 그림같은 마당, 푸르른 언덕에게도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어제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양볼에 비쥬를 해주시며 '코레아노는 멀어서 또 오겠나'하시는 표정을 지으시며 두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러게. 이 먼 곳까지...또 오겠나?


좋은곳에 갈때마다 또 오고싶어지는 이유는,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나서인것 같다. 꼭 내가 이곳을 굳이 또 와서 또 보고싶다기 보다는, 처음 경험하던 그 순간에 생각났던 그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싶어서인것 같다. 그들의 몫까지 열심히 보고, 먹고, 사진도 찍고 이런 글도 쓰는거지만 말이다.

내가 이번 여행 다니는 내내 또 오고싶다는 말을 난발한 이유는 어떠한 카메라도 글로도 담을 수가 없고, 아무리 돈을 써도 (열심히 썼지만) 살 수 없는 게 많았다는 뜻일수도 있다. 토스카나의 와인, 커피, 경치, 음식, 문화, 훈훈함, 밤하늘, 좁은 도로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블로그를 쓰고 사진을 찍는데도 막상 도착해서 만난 토스카나는 그들이 표현할 수 없는 눈부신 매력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뿐이 아닐수가 있다는거. 그냥 내내 생각난 사람이있었는데 그 사람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져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작별인사를 안 하고 온 편이 나았을수도...


4/17 오후, 피렌체에 도착하다 (상은)

아침 9시에 피엔자를 떠나 피렌체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일찍 일어난 덕에, 전기 모카에 끓인 커피 한잔을 들고 여유있게 정원에 서서 마지막으로 뷰를 볼 수 있었다.

이 때까지는 서운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던 이별의 순간이, 혼자 서서 커피를 홀짝이는 때에 갑자기 안타까와졌다. 오히려 첫 날보다, 오늘 아침이 가장 "아, 내가 투스카니에 와 있구나!"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시 한번의 감동, "너, 정말 투스카니에 와 있는다 거라고. " 눈물이 시큰하게 맺힐 것 같았지만, 루치아노의 차가 마당으로 들어와서 눈이 부신양 눈을 슥슥 문질렀다. 나는 헤어지는 것에 참 익숙하지 못 하다...

피렌체 민박집에서 완전 불쌍한 눈으로 "배고파요~"했더니 라볶이와 라면을 끓여주셨다 ㅠㅠ 만세~~!! 이제 이보미와의 정산도 끝났고, within the budget 착착 잘 썼네, 응응. 좀 쉬다가 나가서 놀아야겠다.

4/16 상은+ 보미







상은 said:




으어어- 이보미는 매일밤 어찌저리 긴 글들을 쓴걸까. -_- 난 매일 피곤해서 어어- 쓰러져 잔다. 오늘은 옆 방 Gina와 함께 셋이 몬탈치노 와이너리 투어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루치아노 할아버지와 그라파 – 포도로 만든, 보드카 처럼 독한 술이다- 를 원샷해댔더니, 잠이 들면서 “더 이상 술 먹고 싶지 않아!”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술쟁이 홍상은이. -_- 심지어 어젯밤에는 와인이 질렸다고 맥주를 시켰다지. 오늘 아침의 와인도 어어어- 하는 기분. 아, 잊고 있던 북어국을 먹어야겠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어쩌면 이렇게 오늘이 어제보다 더 즐거울 수 있을까? 했는데, 실은 어제는 낮잠자고나서 시에나에서 방황하게 되자- 아, 그래, 드디어 오늘 분수령을 만났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젯밤 루치아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니 다시 한번 이 여행의 놀라운 힘을 믿게 되었다. 존 레전드의 Each Day Gets Better를 읊조리게 된다.

어제는 Jack 과 Tony가, 오늘은 Freyan과 Rebecca가 떠난다. 3월 28일부터 있었다는 J&T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이 곳으로 여행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우리처럼 “몇 년 후 이곳에서 다시”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인생 마지막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기억하며 눈을 감을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점에서 J&T와 같다. I’m done with this place. 다음에 또 오고 싶다 계속해서 말하는 보미 앞에서 나는 그냥 듣고 있는다. 하지만 그래서 마지막 날인 오늘이 나는 더욱 감사하다. 다시 못 올 것 같으니 오늘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최선을 다해서 보고, 듣고, 기억해야지. 아, 북어국이 속을 풀어준다. (어째서 한국인들은 국물로 해장하는 것을 이리 좋아하는지!) 와인을 다시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 몇 번이나 아침 10시반부터 와인을 마실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공식적으로!!

참, 그러고보니 난 나이가 들면서 약간씩 한식이 땡긴다, 여행지에서. 리코타 치즈를 빵에 얹고 그 위에 대한항공 고추장을 바르고, 인스턴트 북어국을 먹고 어어어- 좋아한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게야. 허허.





Bomi said: "잘만들었다 북어국. 계란까지 들어있다니…감동스럽고나! 내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맛있네;"










4/15 Day 6: 상은편







나는 손으로 일하는 사람을 믿는다. 호주에서 two hands라는 영화를 본 이후로.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그 감동. 루치아노 할아버지는 두 손으로 일하고 있어. 밤 열시에도 꽃에 물을 준다, 그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함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일하는 사람. 좋아보여.









4/15 Day 6: 보미편




두둥. 체력의 한계인가. 어제 별거 안 하고 낮잠도 2시간이나 잤음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저녁에 꼴깝스럽게 야외테이블에 앉아서인지 감기가 걸려버렸다. 뉴헤이븐에서부터 감기기운이 스물스물 쫓아왔었는데 드디어 감기님께서 도착하셨네. 그리고 조금은 지쳤다. 둘다 아침에 키안티 와인테이스팅 가는 내내 서로 말도 없었다 (게다가 길도 어렵고 예약 시간이 늦어서). 우우.

그래도 모든게 마음가짐에 달려있는거지. 뉴헤이븐에서였으면 어어 감기 ㅠㅠ 죽겠어 죽겠어 칭얼칭얼 이랬을텐데 마음이 즐겁고 편하니 감기가 왔든말든 코는 풀면 되는거고 기침은 하면 되는거고 다행히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몸살/목감기가 아니니 괜찮아 괜찮아 이러고 있다. 물론 이 상태로 뉴헤이븐 가서는 미친듯이 골골 거릴테지만 뭐…그건 그때 일! 지금은 감기 걸렸다는 사실도 알 수없게 웃겨서 실없는 웃음만 나온다ㅋㅋ

내일도 아침부터(라고 해봤자 9시45분 출발) 와이너리 투어를 간다. 내가 꼭! 가고 싶어했던 몬탈치노 와이너리! 오늘의 verrazzano 와이너리도 너무 좋았다. 점심도 맛있었고. 홍상은과 와인투어시켜주신 아저씨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베라챠노의 키안티… 테이스팅을 한답시고 열심히 마셨더니 대낮부터 급 졸려져서 와이너리 입구근처 view예쁜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동안 낮잠을 자버렸다. 뭔가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을땐 ‘쟤네 둘은 저기서 자는거야’라고 하시는 독일사람인지 이태리사람인지가 보이고 – 얼마나 웃겼을까. 그래도 참 잘 잤다. 달콤해.

가까운 시에나를 그래도 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가봤지만 파킹도 어렵고 길도 어렵고 사람도 많고 지도도 없어서 1시간 반정도 헤매다가 젤라토나 사 먹고 시티센터 들어가는 건 포기. 그렇게 헤매고 나니 익숙한 pienza가 무척 반갑더라. 길도 동네도 식당도 한층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우리의 야식식당 아저씨께서 vino santo도 공짜로 주셨다. 훈훈한 우리 동네 같은 느낌!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다.

오늘 밤은 cretaiole 위 하늘에 별이 아주 예쁘다. 상은이한테 귀찮아도 나가자고 해야지.

꺅! 별 보러 나갔더니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꽃에 물을 주고 계셔서 ‘할아버지! 와인 한잔 하시죠!’라고 했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오! 코레오노!’ (해석: 오 – 한국인들!) 하며 반가워 해주셨다! 너무 좋아 할아버지!!!! 너무너무 좋아!!!!!!!!!!! 꺅꺅! 홍상은 says: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 할아버지!!!!!!!!
존경스러운 루치아노 할아버지 – 손도 투둑투둑 – 남들은 3학년까지 다녔을 때 8학년까지다니신 할아버지. 남들은 시골을 떠날 때 피엔자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린 루치아노 할아버지. 너무 존경스러운 나머지 큰절까지 올렸다. 말은 안 통하지만 미소로, 눈빛으로, 웃음으로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고 믿는다. 할아버지께서 그라파를 계속 따라주셔서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너무 기분 좋은 밤이다.

4/14 Day 5: 상은편

Day 5 처음으로 취하지 않은 밤
피엔자에 와서 처음으로 술을 먹고 자지 않는 밤이다.. 이럴수가! 너무 따뜻한 날씨 때문에 차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브루넬로 와인 반병은 식초처럼 시큼해졌다. 같이 있던 과일들은 괜찮으려나…
몇 가지 얘기들;
- 민규가 구해준 담배 6보루+2보루 총 8보루는 무사히 잘 들고 왔다. 세관 직원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민박집 숙박비를 미리 다 낼수가 없어서, 아직 가방에 4보루가 실려있다. 갈 때는 가방에 자리가 좀 있길 바랬는데, 흠.
- 알고보니 차를 오토매틱이었다. 옆의 E버튼을 누르자 오토로 바뀌었는데, 매뉴얼일 때보다 소음이 심했다. 그리고 막상 매뉴얼 1단으로 놓고 가고팠던 순간에는 절대 바뀌어주지 않았다.
- 우리집 방문은 손잡이를 위로 돌리면서 열쇠를 잠가야한다. 어제 Gina가 말해주었다.
- 낮잠을 2시간이나 잤는데 왜 졸린걸까… 헉 눈이 막 감겨 ㅠ


여행에서의 Quotes
- Shannon said “50대 50이 아닌 100대 100으로 노력해야 좋은 결혼을 누릴 수 있다.”
- Isabella said “사람들은 절대로 바뀔 수 없어요. 그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걸 하지요.
- Isabella said “나는 토마토를 묶을 수 있지만 그리고 토마토 묶는 사람을 존경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토마토를 묶는것보다 더 잘하는게 일이있고 토마토 묶을 시간에 그 일을 하겠어요.” ”

Tuesday, April 14, 2009

Day 4 보미편




나는 오늘 칭찬을 들었다. Pasquetta 점심을 차려주신 아줌마께서 ‘너 참 잘 먹더라’라고 하며 특히 돼지고기의 비게부분이 맛있다고 했더니 (완전 두꺼운 삼겹살이었다! 샐러드를 싸먹으니 완전 상추쌈이라 반가운 마음에 우거우거쩝쩝 먹었다!) 아줌마왈: ‘그래! 바로 그거야! 너가 제대로 아는구나! 미국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유러피언들은 몸에 좋지 않은 기름덩어리로 봐버리지만 그게 돼지고기의 진국인걸! 베네베네!’ 고마워요 아줌마, 너무 맛있었어요!

시골길을 휘휘 달리다가 만난 언덕위에 외로운 한그루의 나무 - 무작정 잔디밭에 차를 세워버리고 둘이서 꺼이꺼이 나름 꽤 높은 언덕을 올라갔다. 정말 숨이 턱 막혀버리는 아름다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사진기로도 포착할 수 없다. 보고있는 내내 이런걸 내가 보고있다는걸 믿어지지 않을정도의 아름다움이란. 외로운 나무 한 그루의 로망을 갖게해주신 김영주씨 감사해요. 고마워요 이사 아줌마, 그 방향으로 드라이빙 루트를 추천해주셔서. 무엇보다 함께 감탄해준 홍상은양 고마워요! (상은이에게 고마워할 일은 너무나 많다. 삼각대, 대한항공 담요, 무엇보다 그곳에서 brunello를 마실 수 있게 해준 것! 바보라도 하면 된다는 것을 기억시켜준 것!)

가보고 싶던 피엔자 식당에서 먹어보고 싶던 맷돼지 파스타를 후루루 먹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쫄깃한 면발, 살짝 짜파게티스러운 아니면 갈비찜스러운 소스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하우스 와인 1/2 리터는 3유로라는 아주 착한 가격이었고. 비스코티도 너무 맛있었고. 게다가 내일 먹을 빵이 없어서 ‘혹시 빵 좀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이따만한 빵을 (공짜로) 담아주신 식당 아저씨! 아저씨, 감사해요! 덕분에 내일 한끼 해결할 수 있을거에요.

아, 이 얼마만에 기분 좋게 취한건가. 지금 상은이는 와인 한 잔 들고 keri noble의 leg go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그래. 그래. 이거야. 이런거라고.

Monday, April 13, 2009

day 3




이보미 편 --

준비하면서 봤던 어느 그림보다 사진보다 책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화장실의 쪼매난 창문으로도 보이는! Cretaiole 로 왔다. 아.아. 카메라로 담아가지 못함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기억할 자신조차 없다. 그냥 순간을 즐겨야지.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즐겼다는 사실만을 꼭 기억해야지.

즐기는게 이렇게 쉽다니. 마음이 편안하니 몸도 급 건강해지는게 느껴진다. 식욕도 왕성해.시골에 오면 꼭! 해야하는 숨쉬기운동도 많이 아주 많이 하고있다. 즐거운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키안티 언덕에서 숨쉬기운동을 한다는거! 키안티 포도밭을 양쪽으로 끼고 달린다는거! 어쨌든 달린다는거! 농가 슁을 타고 숨쉬기운동하며 와인을 마신다는거! 와인을 많이 마신다는거! 심지어 상은인 양치질을 와인으로 했다는거! 귀여운 구멍가게 같은 buca에 가서 3유로씩 주고 rosso di montalcino를 마실 수 있었다는거! Truffle sauce가 맛있고 그보다 더 맛있는 맨빵을 마구 먹을 수 있었다는거! 그곳을 앞으로 우리의 야식장소로 지정했다는거! 아아! 생각만해도 두근두근. 여기 와있는데도 설레인다. 보고있는데도 보고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쿡.

상은이랑 침대에 누워 아이팟 이어폰을 나눠끼고 상은이는 한손에 와인잔을 한 손에는 mba책을 배에는 핫팩을 대고있다. 옆에서 봐도 부럽다. 여기에 고담이만 배위에서 그르릉 거려줬으면… 고담아, 보고싶어! 이 농가에도 너만큼 예쁜 고양이가 없단다. 다들 근데 자극적으로 날씬해.

나의 신청곡 Fiona Apple의 Waltz가 나왔다! 3년전 런던 집앞 fat cat라는 퍼브에서 혼자 앉아서 들었었다. If you don’t have a date, go out and sit on the lawn and do nothing. It’s just what you must do, nobody does it anymore. No, I don’t believe in the wasting of time. But I don’t believe that I’m wasting mine. 이 가사를 뉴헤이븐에서 아무리 들어도 음 뭐지 싶더니 유럽만 나오면 덥썩 좋아진다….

자야겠다. 사실 잠은 너무나 부족하다. 오늘 아침 민박집 아줌마가 7시반에 불을 확 키면서 밥먹으라고 해서 급 어이없었다. 우피치 미술관 가는 사람들만 그때 일어나면 되는건데 왜 우리까지. 흥…쳇. 내일은 설마 일찍 일어나는 미국아이들이 (이 민박집은 미국인이 많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서서 술마시며 수다떨기를 무척이나 즐기시는…. 아까도 1시간가까이 잡혀서 수다떨다 얼어죽을뻔함 ㅠ 꺼이꺼이) 깨서 수선스럽게 굴며 못 자게 하는건 아니겠지?? 죽여버릴꺼야 그레이스양.

홍상은 편

D4 아침, 이보미는 머리를 말린다. 나는 바지에 페브리즈를 뿌려댄다. 그래도 뭔가 찝찝해, 흥. 아침에 늦게까지 자려고 했지만, 차가운 방 안의 공기랑, 7시 반에 일어나서 하이킹 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일찍 깼다. 아- 알리고떼의 행사 문자와 한빛 캐피털의 무이자 대출 스팸도 잠깨우기에 한 몫했지. 후훗, 알리고떼, 나는 지금 이탈리아에 와있다고요. 더 좋아! 한빛 캐피털은… 어쩌면 이 여행이 끝나고 자금의 압박으로 달려갈 수 도 있겠구나.

집 앞 정원에 나가 흔들의자에 앉아 얼그레이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햇볕이 너무 눈이 부셔서 눈도 못 뜨고, 발 아래의 초록색 잔디만 보고, 의자를 기우뚱 거리고, 음악에 발을 틱틱 장단 맞추고. 고양이는 턱을 간질여주니 그르릉 댄다. 평화로운 아침.

어이없게도, 카세트만 있다고 했던 우리의 렌터카는 카세트가 없고 CD만 있다… 차에서 아이팟 카세트 연결기를 들고 온 나는 벙찜.. 심지어 랩탑의 음악도 몇 주전 용량이 부족해서 지웠다. ㅠ 이럴 줄 알았으면 나의 CD 플레이어를 들고오는 건데- 3년전 유럽에 갈 때, 스피커가 달린 CD플레이어를 사서, Lecco 의 워크캠프 가서 밭일 하며 들었더랬다. 나의 많은 짐에 CD 플레이어를 더 들고 왔다면 더 곤욕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잠시 후 Co-op에 가서 CD를 사다가 구워봐야겠다. ㅠ

오토매틱이라고 했던 렌터카는, 클러치만 안 밟았지 수동이었다. 한번 멈추면 계속 해서 기어를 올려줘야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잠깐 쉬었다가 운전하면 1단에서 50rpm까지 밟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걸 오토매틱이라고 하다니!!

Sunday, April 12, 2009

Day 3 피렌체의 아침




난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뚜기 3분 카레같은 물같은 카레. 그 속에 눅눅하게 익은 감자나 당근도.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민박집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먹었다. 그래도 무김치는 맛있었어- 나 무 좋아해요 히히



어젯밤은 정말 피곤에 절어서 자리에 눕자마자 잤다. 꿈을 꿨는데 뭔지 기억도 안 나고, 아침 6시 30분에 눈이 떠졌는데 보미 아래 침대에 있는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고셔서 다시 잠들지 못 하고 뒤척대야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만난 보미의 발에게 안녕도 하고.



민박집은 북적이고, 화장실도 하나고, 좁아서 싫지만- 앞으로 더 겪지 않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다. (아니, 심지어 28살에 민박집에 오는 것도 이미 좋아보이지 않아. ) 그래서 오늘 아침 내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을 때 만난 보미 발도, 졸린 눈에 그냥 안녕-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커피 마시러 갔다- 우리는 부오나 삐에스따- 가 이스터 인사가 맞는지 궁금했지만, 웬지 물어볼만한 사람이 없었어. (이보미는 지금 민박집 동갑아저씨한테 작은 냉장고의 요거트를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다가 안된다는 얘길 듣고 급실망 중이다.)

이제 30분 후면 우리는 피렌체 공항에 가서 렌트카를 빌리고 라라라 들판으로 나갈거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 승무원 H님과 네고쳐서 담요도 하나 받고, 플라스틱 와인잔도 2개 사고-

사람이 많다, 나중에 써야지!!




Saturday, April 11, 2009

day 2 - 보미편




피렌체다. 어제 길가다가 말건 피렌체에 사는 사촌이 잘생긴 남자아이의 전화번호를 받아놨으나 밤문화는 커녕 맥주한잔 하기도 힘든 지금이다.

un bel niente라는건 쉽지 않는것같다. 특히 nothing이란게 좀 잘되다보면 사람이란게 간사해서 욕심을 내게된다. "하나 더"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여태까지 얻어놓은것들이 사르르 무너지는게 느껴진다.

어제밤 정말 아쉬운듯 그치만 아쉽지 않게 땀흘리며 놀고, 로마에서의 첫아침도 (시끄러운 다른 손님들때문에 너무 일찍깬건 있지만) 자.알. 보내고 (우선 화장이 잘됐다), 날씨도 홍상은에겐 미안하지만 너무 완벽하게 좋았고, 느즈막히 11시쯤 나와서 떨레떨레 판테옹 근처 커피숖을 가서 쉬엄쉬엄 커피를 마셔주고 (여기 아저씨의 물 갖다주는 센스~~), 설레설레 점심 먹을곳을 찾아가서 난 아저씨 웨이터와 쉽게 사랑에 빠지고, 물장구도 치고 뭐 슈퍼스타인지 슈퍼스트링인지 모르지만 찍다가, 오!! 여기 젤라토 맛있대 하며 6년전의 그 맛을 기억하며 신나하며 판테옹을 등지고 앉아 우어우어 먹었다. 이때까진 정말 설레일정도로 좋았다.

그 다음부터 체력도 점점 바닥이 나기 시작하다, trevi fountain을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게 문제였던것 같다. 안 봐도 그만인걸. 사람만 잔뜩 많아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었는데... 웈. 그 담엔 너무 멀어서 고생한거, 장보고 무거웠던거, 피클못 만들었던거....그런것들이 지치게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피클 못 만든 덕분에 여유만빵으로 기차역 도착해서 피자와 맥주를 먹으니 한결 마음이 나아지고. 기차안에서 에스파냐에 사시는 중국아줌마와 아줌마께서는 중국어, 한자, 스페이너로, 우리는 영어, 한국말, 이탈리아어사전, 그리고 (상은이의) 한자실력으로...2시간반동안 정말 열심히 의사소통을 했다. 아줌마께서 내일 아침에 먹을 사과도 주셨다. 우린 상은이가 대한항공에서 받아온 떡을 드렸다. 아줌마는 진짜 맛있게 드셨다. 훈훈해!

내일부터 본격적인 여행. 내일 스케쥴상으로도 쉬는 날. 짐이 많은 만큼 욕심은 버리자. 할 수 있을것 같은것의 딱! 반만 하자. 그러면 우리의 체력에도, 테마에도 딱 맞는 여행이 될듯.

근데 우리덕분에 온 민박집이 식초냄새로 진동한다. 윽. 이러고 피클 맛없으면 난감. ㅠ

Day 2 우리는 나이들었어





정말 우린 이제 늙었는지 예전에 분명히 슥슥 다녔던 길들인데, 힘들다.
날씨 탓도 있지만,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헉헉, 등에 땀도 송글 맺힐 정도였어.
반팔을 너무나 사고 싶어진!

어느새 맛있었던 점심이나, 커피, 젤라또의 기억은 사라졌어. -_-; 우선 몸이 힘들고 나니 아아아;;

그 와중에 힘들게 피클 재료를 사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민박집 저녁준비한다고 부엌도 못 쓰게 하고ㅠ
이 무거운 양파, 양상추, 오이, 순무, 식초, 설탕을 어쩌라는겐가;;
할 수 없이 가뜩이나 빵빵한 나의 가방에 꾸겨넣었다;; 나 정말 짐이 너무 많아;; ㅠ
대체 뭐가 이리 많이 든 걸까;;;

이제 나가서 맥주 한병씩 사서, 아까 산 피자랑 같이 먹쟈고 해야겠다.
우리 고생했어- 툭툭.

이제 피렌체로 가쟈!

Friday, April 10, 2009

day one


아. 생각보다 힘들고나. 체력이 예전같지만은...않고나. 
여행을 몇번 다녀보니 준비없이 부딪혀서 안 죽는다는것만 깨달아서 점점 느는게 배짱이라- 
여러모로 몸이 고생이고나! 

모든게 10시는 지나야 여는 암스테르담에 7시반에 도착해서 
지도없이, 안내없이, 대책없이 4시간을 싸돌아다니니 
여행첫날에 벌써 발이 아프다. 

그러는 와중에 이번 여행의 테마를 정했어. 이탈리아어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un bel niente?인가? 없음의 아름다움. 할일없고, 갈대없고, 볼거없고, 급할거없고, 목표없고, 얻어야하는거없는...그래서 그만큼 짜릿한 여행! 

5시간이면 홍상은 만나겠다 ^-^ (힘들어죽겠지만 샴푸라도 사러) 돌아댕기다 와야지!